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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

last modified: 2016-09-30 13:55:21 Contributors

올리베티에서 만든 발렌타인 타자기.
디자인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아정공의 마라톤 1000DLX 타자기.
공병우 타자기 광고 근데 손글씨네

언어별 명칭
한자 打字機
영어 Typewriter
독일어 Schreibmaschine
일본어 タイプライター

컴퓨터 시대 이전에 자필로 힘들게 문서를 작성하거나 일일이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을 대신 해 주는 도구였다(등사기가 있긴 했다). 1867년 미국에서 발명되었으며, 주로 1990년대 초반~중반까지 쓰이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신설동 및 황학동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싸게 팔고 있다고.

수동식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수동타자기의 경우에는 볼드(글씨 굵게 하기)를 하기 위하여 백스페이스[1]를 누르고 같은 글자를 반복 입력했어야 했다. 지금 와서는 힘들다 못해 누가 이런 걸로 하고 있어? 라는 말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이게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 싫으면 자필로 하던가(특히 한자. 등사판 시절부터 한자는 일일이 손으로 써야 했다. 하지만 이 단점은 해방 후 한글의 확산에 아주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아이러니.)... 게다가 한 줄을 입력하면 포인터가 달려있는 원통을 손으로 일일이 밀어넣고, 글씨가 흐려지면 먹줄(일명 잉크리본)을 번갈아 끼워 가며 입력해야 했다고 한다[2]. 잘못된 글자가 나오면 수정액으로 지우거나 정정 리본을 붙여야 했다. 게다가 표 그리는 건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다.

타자기로 글을 쓰기 위해선 '타다타닥'하며 자판 치는 소리와 함께 '칭' 소리를 내며 포인터를 좌측으로 직접 돌려야 한다. 한줄이 바뀌면 글씨가 나오게 할 위치를 다시 맨 왼쪽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걸 해주는 버튼이 리턴키[3] 리턴키를 누르면 줄바꿈이 되고 포인터가 다시 맨 왼쪽으로 돌아간다. 컴퓨터 키보드에선 줄바꿈 보다는 어디 들어갈때 쓰는 일이 많은지라 엔터키로 명칭이 바뀌었다. (옛날 프로그램이나 키보드 중에는 간혹 리턴이라고 하는 경우가 보인다.)[4] 어쨌건 타닥타닥 소리는 현재 보급되는 키보드 소리보다 조금 묵직하고도 쇠 소리가 나며 꽤 듣기가 좋다. 그러나 '칭' 소리는 쓰는 사람은 쓰다보면 꽤 좋게 들리기도 하나, 옆에 있는 사람한테는 거슬리게 들리는 것이 보통이다(…).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의 정보 시스템을 다룬 영화(작전명 발키리 같은 것)을 보면 엄청난 수의 타자수들이 각지에서 오는 전문을 다닥다닥 두드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장관이면서도 시끄러움이 장난 아니다.

그 특유의 소리를 이용해 미국의 작곡가 르로이 앤더슨(Leroy Anderson)은 타자기(the typewriter)라는 곡을 만들기도 하였다.

수리 관련으로는 굉장히 좋지 못했는데, 타자기를 사용하시던 어르신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예전 시절의 용산 수리센터와도 같았던 비용이 장난이 아니었다고. 특히 수리할 때 가장 많이 비용이 드는 것은 활자부품으로 재질이 아연 합금이라 그런지 더럽게 잘 부러지는 데다가 고칠 때마다 부르는게 값이었다고.


1960년대 부터는 IBM 셀렉트릭 전기 타자기가 크게 성공했다. 이쪽은 해머 대신 골프공 같은 조그마한 공에 활자를 새겨 그 공을 해머처럼 찍는 방식. 재밍이 없다는 가장 큰 장점 외에도 수정기능, 낮은 키압, 빠른 속도, 볼만 바꾸면 폰트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것 등 많은 혁신이 있어 하이엔드 오피스에서 굉장한 인기였다. 전자식 타자기도 있었는데 이 쪽은 휴대용 소형 워드프로세서에 가깝다. 활자 대신 도트 매트리스 프린터가 내장되어 있고, 본체에 몇 줄을 입력하는 화면이 있고 다 치면 종이에 인쇄되는 형식.

하지만 1990년대부터 활자가 부러질 일도 없으며 치는데 힘도 덜 들고 튼튼하기도 한데다가 값도 싸고 편집 기능도 강력한[5] PC노트북, 워드프로세서가 보급되면서 타자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에 와서는 그저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활약할 뿐. 뭐 핵전쟁이 일어나서 EMP로 인해 컴퓨터들이 단체로 시망하는 상황이 오면 다시 활약할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현대에도 타자기를 좋아하는 작가들은 있다. 그 외에는 톰 행크스가 타이프라이터 덕후로 유명하다.

특히 타자기는 본래 로마자같은 서양식 알파벳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비(非) 알파벳 문자권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해당 나라들은 매우 곤란을 겪었다. 특히 중국일본 등의 한자 문화권은 한자 자체가 다른 여러 문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 많은 탓에 어쩔 수 없이 타자기라기보단 '소형 인쇄기'와도 같은 형태를 가지게 된다. 관련 포스팅 한국도 한자를 더 주로 쓰던 시절엔 비슷한 곤란을 겪었고, 현재와 같은 타자기가 발명되기까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시행착오와 수고를 겪어야 했다고 한다.


이거슨 대륙의 타자기. 활자수가 무려 2,450개나 된다! 사용도 힘들겠지만 가격대와 유지관리가....

일본의 타자기도 있다. 여기도 중국과 비슷하게 사용했다.

그래서 한국은 공문서 작성을 수기에서 타자기로 바꿀 때, 국한문혼용체를 사용하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자 타자기의 사용을 포기했다. 저런 정신나간 물건을 도저히 관리할 자신도 예산도 없었기 때문(...). 그래서 1970년대부터는 공문서만큼은 순 한글. 다만 관보와 같이 정식 활자로 출판된 일부 공문서는 한자를 많이 혼용하긴 했다. 세종대왕님 만세! 한글 만세!


실제 타자기로 타자할 경우 폰트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워드로는 100% 재현하기 어렵고, 자필과도 다른 맛이 있다. 타자기 구조 때문에 일반 워드 폰트처럼 상하좌우 대칭이 아니라 약간 비뚜름하며, 잉크리본 상태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글씨체가 타자기의 매력. 흔히 '빨랫줄 글꼴'이라고도 한다. 지금도 이 글씨체 때문에 타자기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는 흔히 볼 수 있는 네모꼴이 아니고 투박하다는 이유에서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의 '단점'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때문에 글씨가 네모꼴로 나오는(당시 사람들이 보기에 글꼴이 예쁜) 다섯벌식 타자기 등이 틈새시장을 공략했지만 이건 애당초 예쁜 글꼴을 위해 속도를 포기한 물건이라…. 오늘날에는 타자기 글꼴과 비슷한 느낌을 찾아보려거든 옛날 출판된 서책중 하나하나 활자로 인쇄된 책을 찾으면 된다. 폰트도 폰트지만 글자하나하나가 눌려서 인쇄되어 있어 손으로 만져보면 신기한 감촉을 느낄수 있다.

쿼티 자판에서 키 배열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것을 두고, 타자기 시절 기계적인 한계 때문에 가능한 한 인접한 키가 연속으로 눌리지 않도록 양손으로 번갈아서 칠 수 있게 글자들을 배열해서 부품들이 엉키는 것을 방지하려 한 것이라는 설이 있는데, QWERTY배열 기원에 대한 여러 '설' 중의 하나일 뿐으로, 명확한 근거는 없다.

현대의 컴퓨터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러한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사람들이 굳이 바꿀 필요를 별로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도 쿼티가 가장 많이 쓰인다. 여담이지만 1과 !가 같은 키에 위치한 것도 이 때문인데, 이 두 문자는 각자의 키가 없었기 때문. 1은 l로 대체했었고, 느낌표는 아포스트로피 (')와 마침표를 겹쳐 적어 대체했었다. 그런데 컴퓨터는 당연히 키의 조합을 쓰거나 할 수도 없고 한 문자를 두개의 뜻으로 쓰기도 힘들기 때문에 1/!키가 만들어진 것.

한글 자판에서는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가 강세였다. 사실 그 이전 40~50년대 타자기가 한창 개발 중이었을 때에는 초성·중성·종성을 묶어 한 글자로 만드는 한글 조합방식을 구현할 수 없어서 기계화가 불가능했다고 한다. 때문에 나온 대안이 풀어쓰기. 이후 한글을 제대로 표기할 수 있는 타자기가 개발됐지만 받침 키가 따로 있는 등 속도 면에서는 불리한 측면이 있었다. 예를 들어 '한글'이라는 단어를 두벌식 타자기로 입력하려면 ㅎ,ㅏ,받침키,ㄴ,ㄱ,ㅡ,받침키,ㄹ 순서로 눌러야 했다. 타자기 특성상 초성과 종성을 찍는 활자가 별도로 존재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 만약 실수로 받침키를 누르지 않는다면 하ㄴ그ㄹ 이라고 나온다.

다행히 공병우 박사가 세벌식 타자기를 개발하면서 속도에서도 많은 진보가 있었다. 타자기 하면 생각나는 타닥타닥 타자기 치는 장면은 공병우 세벌식 타자기라고 보면 된다. 그 밖에도 네벌식, 다섯벌식 타자기 등이 있었지만 속도에서는 세벌식 타자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전두환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뜬금없이 네벌식을 국가표준자판으로 삼으면서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컴퓨터 시대로 넘어오면서도 네벌식을 다듬은 두벌식만 국가표준자판이 되어 시대를 풍미했던 세벌식은 마이너의 길로 빠지게 된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시력이 악화되어 손으로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타자기를 연습하여 눈으로 보지 않고도 집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친구 하인리히 코젤리쯔는 니체가 타자기를 이용한 이후 그의 글이 간결하고 탄탄해졌다고 평가하며 새로운 필기 수단으로 새로운 표현을 배운다고 니체에게 전했고 니체도 이에 동의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90년대까지만 해도 경찰서 등의 공공 기관에 컴퓨터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공문서를 작성할 때 타자기를 주로 사용하였다. 특히 제5공화국과 같은 한국의 시대 드라마나, 투캅스 등의 경찰을 소재로 하는 한국영화들에서 조사실을 배경으로 장면에서는 노란 백열등 아래의 책상에 타자기가 어김없이 놓여져 있다. 영화 투캅스에서 어느 용의자는 조사중에 이것에 머리를 들이 박는 자해를 시도하기도 한다.[6]

게임 속에서도 가끔 모습을 보이곤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세이브 포인트로서의 기능을 하는 타자기가 있다. 시대관이 컴퓨터가 있던 시절임에도 타자기가 버젓이 있는 묘한 느낌의 개성적 아이템으로 바이오하자드를 대표하는 예로도 충분하다. 세이브를 할 때에 클래식(4 이전)에서는 타자기에 필요한 물품인 먹줄 한 개를 제물로 바쳐야 소중한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었다.

바이오쇼크 시리즈에서도 사무원들의 책상에 종종 보이곤 하나, 사용하기 키를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단순한 인테리어 소품일 뿐이다.

NCIS티모시 맥기가 소설을 쓸 때는 타이프라이터를 고집한다.

2011년 4월 25일 세계 마지막 타자기 생산 공장이 문을 닫았다. 기사

아날로그 감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이패드와 USB로 연동되는 타자기[7]가 제품으로 선보여진바 있다. 가격은 만만찮지만 멋지다.

타자기 쓰다가 컴퓨터로 넘어온 사람들은 저런 일도 겪었다고(...)

차우셰스쿠가 사용을 금지시킨 물건[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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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지금은 백스페이스(Backspace)가 앞 글자를 지우는 기능을 하지만 당시는 말 그대로 한 글자 앞으로 포인터를 당기는 기능을 했다.
  • [2] 어느 시각 장애인이 이걸 모르고 밤새 레포트를 작성했는데 치는 도중 먹줄이 다 되어 교수에게 들고 가니 왠 백지를 들고 갔냐고 꾸중받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시각 장애인용 타자기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
  • [3] 이게 컴퓨터의 엔터(Enter) 키가 되었다.
  • [4] 애플매킨토시에는 아직도 리턴키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엄밀히 말해 유닉스 기반 OS들) 정확히는 PC의 엔터키 위치에 리턴과 엔터라는 각인이 둘 다 있는데, 이건 맥북이나 무선 키보드 같은 텐키리스 키보드의 경우나 그렇고 유선 키보드는 아직도 나뉘어져 있다. 이제 와서는 큰 의미는 없지만...
  • [5] 전기, 전자 타자기에는 해당사항 없지만... 사실 전기, 전자 타자기를 PC가 대체한 건 다른 기능보다 인터넷이메일이 가장 컸다고 할 수 있다.
  • [6] 당시에 일선 경찰서의 조사실에 녹음장치나 CCTV 같은게 없었다는 점을 악용해서 조사관으로 참여한 경찰이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고문한 것으로 뒤집어 씌우려 했던 것. 오늘날에는 용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웬만한 경찰서 조사실에 음성이 함께 기록되는 CCTV가 설치되어 있기에 불가능한 일이다.
  • [7] http://www.usbtypewriter.com/ 사이트를 들어가보면 튜닝한 타자기를 약 700불 정도에 거래하고 있다. 굳이 아이패드가 아니라 모니터여도 상관 없는 듯. 기존 타자기를 이용해 만드는 킷(94불)을 사서 만들 수도 있다.
  • [8] 차우셰스쿠가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이 (필적 감정을 통해 추적하는 걸 피하려고) 타자기로 쳐진 걸 확인하자 타자기 사용을 금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