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HRSS

체사레 보르자

last modified: 2015-04-09 01:54:41 Contributors


2.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의 등장인물

Cesare Borgia
일본 팔콤판 명칭: チェザレ・ボルジア(체자레 보르지아)

한국 원판 일본 팔콤
1번을 원형으로 삼은 캐릭터이다. 명실공히 창세기전 시리즈 최악의 악당. 도망만 다니던 찌질이에서 나름대로 성공적인 변신.

창세전쟁 당시 로벨이라는 이름으로 실버 애로우게이시르 제국 진영을 오가며 2중 스파이 노릇을 했던, 게이시르 제국 출신의 기회주의자. 전쟁 도중 불리해지기만 하면 도망치는 게 본업이었다. 창세기전 2에선 팬드래건 성에서 그리엄옥쇄할 각오로 실버 애로우 연합군과 싸우던 도중 도망쳤으며, 이후 카슈타르와 함께 썬더둠 요새를 방어하다 카슈타르의 지시를 어기고 또 도망치는 바람에 썬더둠이 함락되고 만다. 이후 눈에 불을 켠 카슈타르가 그를 처벌하려던 찰나 이올린 팬드래건의 공격에 맞서 싸우는 사이 만류하는 부하들을 공격한 채 또 도망친다.

전쟁이 끝난 후, 팬드래건 왕국아스타니아에서 신학을 공부해 제국 본토로 돌아와 주신교를 선포하는 데 앞장섰다는 이유로 제국 출신으로는 최초로 추기경의 직위에 오르게 된 그는, 이로써 교회세력을 앞세워 소영지들로 분할된 각 지방의 영주들을 마음대로 주무르게 된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가문은 13암흑신을 숭배하는 악마교도로 몰아 처형하는 식의 마녀사냥(종교 숙청)으로 전 제국령을 피로 적시게 했다. 이로 인해 명문가인 번스타인 가문이 그와 그에게 협조한 알프레드 프레데릭에 의해 멸문당한다. 그 때문에 메르세데스 보르자와의 약혼날에 풍비박산을 맞고 13년 동안 인페르노 유황동굴에 갇혀 지낸 시라노 번스타인은 복수의 칼날을 갈게 되는데... 정작 주신교의 추기경이라는 그 자신은 암흑신 디아블로와의 관계를 맺고 파괴신 부활을 계획하고 있었다.

신흥귀족 세력인 프레데릭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에게 자신의 딸 메르세데스 보르자를 정략결혼시키고, 역시나 손녀딸인 크리스티나 프레데릭 역시 비프로스트 공국모젤 2세에게 시집보내려 했다. 거기에 제피르 팰컨 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외세인 비프로스트 공국을 끌어들였고, 심지어 크리스티나를 파괴신 부활의 제물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그의 최종적인 목표는 파괴신의 힘을 이용해 안타리아 전 대륙을 자신의 발 아래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 제국 통일은 그에게 어디까지나 그를 위한 발판 마련에 불과했을 뿐, 제국을 위한다는 의식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한 야망을 위해 힘과 권력만 부풀리기 바빴던 그는 파괴신 부활에 실패하자 다시 한 번 비프로스트와 손을 잡는다. 그러나 시라노 번스타인이 속해 있던 제피르 팰컨의 활약과 팬드래건 왕국의 국왕 라시드 팬드래건의 개입으로 모든 것이 수포에 돌아갈 위기에 몰린 그는, 파괴신으로부터 얻은 힘으로 괴물로 변신하여 끝까지 발버둥치지만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된다.

게임 외적인 설명이나 훗날 제국 재상으로 등극하는 마키아벨리의 평가에 따르면, 그의 행보는 제국 전체에 수많은 피를 뿌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제국의 빠른 통합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로, 일평생 국가의 안위 등엔 일절 관심이 없었던 체사레의 행보는 어디까지나 일신의 영달을 위한 것이었다. 사분오열되어 제대로 된 군사력 발휘가 힘든 제국의 앞날을 쥔 귄력자임에도, 반란 진압을 하겠답시고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외세를 끌어들이는 미친 짓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이미 지도자로서의 자격은 상실했다. 또한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는 정적을 상대한답시고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 가능성이 있는 암흑신, 파괴신, 그리마, 적국의 마장기 같은 힘에도 거리낌없이 손을 빌렸으니 진정한 혼란의 주범일 뿐, 어디 한 구석이라도 제국의 안위를 위한 적이 전혀 없었다. 온갖 패악질과 자폭을 통해 공적이 됨으로써 제국의 힘을 하나로 모았다고 하면 모를까, 체사레 개인에 대해 충분히 묘사된 바로는 기여라는 말을 붙일 당위성이 전혀 없다.

체사레 사후 제국은 프레데릭 가문의 여식 크리스티나를 중심으로 빠른 재정립에 들어갔으니 '체사레가 마련한 기반'이라고 설명하고 싶었을지도 모르지만 이것도 설득력은 없다. 크리스티나의 기반은 오히려 체사레의 의도와는 한걸음 떨어진 로우엔 기반의 군사력, 그리고 제피르 팰컨이란 이름의 반대 세력 팬드래건이다. 게다가 체사레는 통치 방법상 딱히 정치적 아군이 존재하기 어렵고, 또한 내전을 겪으며 그나마 남아있던 자신의 사유 세력마저 전부 잃었다. 결국 완전하게 몰락하여 외세인 비프로스트에 기댔다가 제피르 팰컨의 손에 사망한 것이 끝이니, 그의 사후 현실을 따져 보면 흡수할 기반이란 존재하지조차 않았다. 오히려 그가 생전에 싸지른 똥을 치우는 것에 막대한 자원과 시간을 낭비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결과적으로 체사레는 그저 제국의 혼란과 기반 약화를 길게 지속시킨 없느니만 못한 자에 불과했다. 마키아벨리 정도의 능력있는 인물에게 고평가를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 연출 부족이거나 설정 구멍으로 봐도 할 말이 없는 부분이다.

더욱 의문인 것은, 그의 수족으로 활동한 마키아벨리는 이런 체사레의 행보에 흑태자를 비견하며 군주로서 합격점을 매겼다는 점. 현실적으로 체사레의 평가 상승이란 제위에 오른 크리스티나의 혈연적 기반 확립을 위한 프로파간다 수준에서 끝났어야 하지만, 후속작 창세기전 3에 이르러선 '체사레의 뜻을 이루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이 필요했다'는 황당한 발언까지 나온다. 그것도 마키아벨리 혼자 하는 독백에서. 아마도 스토리라이터 입장에선 마키아벨리의 입을 빌려 '강력한 중앙집권국가로서의 제국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을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여기에 체사레를 대입한 것은 그야말로 생뚱맞은 이야기다. 허나 만약 이러한 연출이 마키아벨리-리슐리외를 비뚤어진 사상에 심취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로 묘사하고자 했던 거라면 역으로 상당히 성공적인 거라 볼 수 있다[1].

자신의 아내를 그리며 "당신이 세상을 뜬지도 어언 30년이 지났군... 이제 우리의 한을 풀 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오."라고 말하는 걸 보면 원인 모를 아내의 죽음으로 인해 이렇게 비뚤어지게 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 사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
  • [1] 다만, 창세기전 시리즈의 경우 루프물 이라는 편의주의적이고 치졸하기 짝이 없는 설명으로 이런 설정 오류를 땜빵하고 있다. 그냥 창세기전 3와 서풍의 광시곡의 루프 회차가 달라서, 창 3 시기의 체사레 보르자는 서풍의 체사레와는 달리 의외로 개념찬 인물이었다고 주장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