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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last modified: 2014-12-15 18:20:11 Contributors

전상국의 단편소설

Contents

1. 개요
2. 간단 분석
3. 독자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
4. 기타

1. 개요

화자 '이유대'의 시점에서 문제아 '최기표'에게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최기표는 2년을 유급하여 '재수파'라는 패거리를 이끄는 문제아로 임시반장이 되었다는 이유로 화자 '이유대'를 린치한다. 담임 선생은 기표 패거리를 해체하고 기표를 몰락시키기 위한 계략을 꾸미고, 이유대의 친한 친구 '임형우'가 반장을 맡게 된다.

임형우 역시 기표 일당에게 '쓸데없이 간섭한다'라는 이유로 린치를 당하지만, 그는 이유대와 달리 최기표에게 대항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한다. 그 방법이란 다름아닌 기표가 둘러쓰고 있는 '우상'의 껍데기를 벗겨 버리는 것이다.

형우는 담임과 협력해서 기표의 뒷조사에 착수하고, 그의 불우한 가정 형편을 알아낸다. 그리고 그들은 기표가 무서운 맹수가 아니라 사실은 불우한 학생이었으며, 도움을 바라는 가련한 친구라는 식으로 모금운동까지 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운다. 이것은 기표가 누리고 있던 절대권력을 빼앗는 동시에 그를 반에서 고립시키려는 책략이었다.

매혈까지 해서 돈을 바치게 하며 재수파를 착취하던 기표의 행동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생하는 기표를 도우려던 친구들의 도움으로 미화되고, 그 외 기표가 벌였던 갖은 악행들은 파묻혀 버린다. 이 이야기는 신문에 퍼져 나가고 급기야 영화로까지 만들어질 조짐을 보이게 된다.

이런 공세에 기표는 결국 무력해진다. 그는 보통의 아이들, 혹은 그보다도 더욱 약한 모습을 보이며 점점 위축되다가, 마지막에는 "무섭다.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는 짤막한 편지를 남기고 실종된다. 그리고 담임은 "영화사 직원하고 내일 만나야 하는데 이 망할 새끼가 끝까지 말썽이야"라며 신경질을 내며 이야기는 끝.

2. 간단 분석

작중 기표라는 인물이 원시적이고 난폭한 악을 상징한다면, 그와 상반되는 인물인 담임선생과 형우는 악을 물리치기 위해 또다른 종류의 악이 된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작중 기표에 대한 서술을 보면 그가 지니고 있는 악성이 특별한 가정 형편에서 비롯되었다거나 불우한 환경 때문이라거나 하는 부분은 전혀 없다. 그는 내내 통제될 수 없는 악성의 소유자로 존재하며, 반대로 괴롭힘을 당하는 학우들은 괴로워하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수동적으로 그의 군림을 받아들인다. 비슷한 내용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보다도 훨씬 더 수동적으로, 주변인들의 모습을 비춰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실제로 기표가 완전히 몰락했을 때 더욱 강하게 부각되어, 보이지 않는 여론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무서운 힘이 될 수 있는가를 극단적으로 보여 주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형우와 담임은 주먹이 아닌 언론과 선동을 이용하여 기존의 '악'인 기표를 쓰러뜨리지만, 그들 또한 새로운 종류의 '악'이 된 셈이다.

기표와의 차이라면 기표는 주변 사람들을 억압하고 괴롭히며 군림했지만, 담임과 형우는 주변 사람들을 '이용'하여 기표를 쓰러뜨렸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3. 독자 관점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

기표는 작중 내내 일종의 '필요악'같은 존재로 묘사된다. 기표의 갖가지 악행을 묘사하면서도 작가는 사실을 건조하게 서술할 뿐 도덕적인 판단을 최대한 절제한 문체를 구사하고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이 기표에 대해 선악 판단을 보류하고 있으며, 기표가 마치 일종의 천재지변이나 맹수처럼 '다뤄질 수 없는 존재'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납득시키고 있기 때문이라 보인다.

반면 담임과 형우가 기표를 압박하는 장면은 상당히 공을 들여 묘사하고 앞부분과 달리 부정적인 묘사, 서술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작가 자신이 담임이나 형우 같은 존재들은 기표보다도 훨씬 더 무서운 악이며, 그런 악에 의해 기표가 몰락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1] 더불어 학급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기표가 아이들 사이에 타고난 야수로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기표가 미약한 짐승로 쪼그라든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으로서 부정적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그러나 과연 기표가 몰락한 것이 정말로 부정적인 일인가를 생각하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애초에 어떠한 악을 놓고 더 큰 악을 옆에 가져다 놓는다 하여 그 악성이 순화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기표 역시 그대로 놓아 두어서 마땅할 존재는 결코 아니다.

다소 관점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지만, 대체적으로 타인을 괴롭히고 억압하는 자가 그냥 원래 그런 존재이므로 자연스럽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판단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표와 재수파가 범한 각종 범죄들 - 폭력, 갈취, 미성년자 집단 성폭행(!) - 을 무시하고 넘어간다는 시각은, 사회와 질서와 도덕의 은혜를 받은 사람들로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2] 학교 폭력이 성행하고 자살자가 속출하는 현대사회를 생각하면 더더욱, 기표는 용인되어선 안 될 존재라 할 수 있다.

또한 기표는 타인에게 마음대로 자유를 빼앗으며 범죄마저 저지르게 해 왔으면서, 막상 자신이 폭력의 대상이 되어 구석으로 몰리자 졸렬하게 변하여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고 울부짖는데, 이는 자신만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싸이코패스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인과응보 원시적 폭력의 무서움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기표를 가엾게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통쾌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3]

더불어, 기표를 제압하고 그 성정을 뿌리뽑기 위해 담임과 형우가 사용한 방법이 동일한 형태의 원시적 폭력이 아니라 교활하고 치밀하게 계획된 지능적 올가미라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사회를 어지럽히고 타인을 괴롭히는 악한을 말살하는 방법이 꼭 악한과 똑같은 폭력일 필요가 없음은, 원시적 폭력이 범죄로서 분류되는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기표를 '경외'와 '두려움'의 대상에서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끌어내려 버리는 두 사람의 작전은, 악행을 행하는 독재자의 허상을 어떻게 깨부숴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말해 주고 있다.[4]

여기서 한가지 생각해 볼 만한 점은, 이 소설의 윤리관은 아나키즘적 윤리관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물론 작가 자신의 윤리관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고, 소설의 주제의식을 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지만. 아나키즘적 윤리관으로 보면 '개인의 원시적 폭력'과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중에서 더 위험한 것은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이다. 개인의 원시적 폭력은 쉽게 식별 가능하고 제제할 수 있는[5] 악행이지만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은 그것이 폭력임을 식별하기도 어렵고, 제제하기도 어렵기 때문. 반면, 개인의 원시적 폭력이 대부분 범죄로 규정되는 것과는 달리,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폭력은 상황에 따라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확립하기 위한 필요악적 요소로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결국 이 소설의 해석에 대한 입장 차이는 어떤 폭력을 더 위험하고 무서운 폭력으로 간주하느냐, 또한 사회적 규범에 의한 폭력을 어느 수준까지 인정할 것이냐의 차이에 의해 탄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4. 기타


이문열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스토리가 유사하여 자주 비교된다. 하지만 유명도와는 별개로 우상의 눈물이 먼저 나왔고, 이문열씨가 워낙 여러 방면으로 악명이 높다보니 베낀거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대상을 수상했던 1987년 이상문학상에 우상의 눈물의 작가인 전상국도 다른 소설을 출품해 우수작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 본인이 표절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시점에서 그냥 넘어갔을 리 없으므로 사실상 낭설이라 보는 게 옳다고 하겠다.

제 7차 교육과정 중학교 3학년 국어책에 이 책이 실렸다. 자세히 말하자면 본문이 실린 것은 아니고 이 책을 읽은 학생들의 느낌이 2~3줄씩 총 3개가 실렸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이라 이 글의 속 내용을 이해 못 할 것이라 생각했는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나는 내용에 대한 느낌을 적어놓았다. "문제아를 포용한다."든지 "사랑과 이해에 기초를 두지 않는 선도는 선도가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든지... 속 내용을 알고 읽으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사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학생이라면 이 소설의 내용을 이렇게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 이해하기 쉽다.

돌이켜보면 용개가 비슷한 짓을 당한게 아닐까 싶다(...) 그래도 용개는 욕데레 내지 츤데레로 나름 적응한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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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작중 "신이 악마를 자신의 옆에 두는 이유는 자신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 라는 말이 나온다.
  • [2] 가령 기표가 원래 그런 악성을 지닌 자라고 크게 납득한다고 해도, 그렇다면 그는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할 인간일 뿐 악성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일반적인 도덕성을 선천적으로 갖추지 못한 사이코패스로 분류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 [3]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어느 정도 그 힘을 온존한 채 학교를 뛰쳐나간 엄석대와 달리, 기표는 위엄도 힘도 완전히 몰락하고 그 품성까지 형편없이 쪼그라든 채 잠적한다. 그야말로 이빨이 다 빠진 짐승처럼 재기불능이 된 셈.
  • [4] 과거로는 히틀러, 현재에는 카다피에 이르기까지 독재자들이 사용하는 방식은 언제나 비슷하여, 공포와 경외가 바로 그 핵심이다.
  • [5] 한 사람이 아무리 싸움을 잘한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이 함께 덤비거나 지쳐칬거나 자는 틈을 노리면 도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