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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자이

last modified: 2015-04-08 04:18:33 Contributors

Contents

1. 엔자이란?
2. 엔자이는 왜?
3. 관련 사건
4. 관련 작품

1. 엔자이란?

엔자이란 '원죄(寃罪)'란 뜻의 일본어 낱말이다. 여기에서 '원죄'란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의미하는데, 한국어에서는 이 항목의 이전 버전에서도 '원죄'라는 낱말로 설명하지 않고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쓴 것'이라고 풀어서 쓸 정도로 잘 안 쓰이는 이 말이 일본에서는 시사 용어로 자리잡았다. 당연하지만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原罪)하고는 관계가 없다.

2. 엔자이는 왜?

물론 어느 나라든 간에 아무리 수사와 재판을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실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사법 항목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엔자이가 특히나 일본에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일본 특유의 관료주의적 경찰, 검찰과 사법부의 고집스런 행태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영향을 받은 일본의 사법제도는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데 검찰 측에서 소를 제기하기 전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정말 범인이 될 수 있을지를 따져서 형이 확실하다 싶은 경우만을 형사법정에 세운다.[1] 덕분에 유죄율이 한때 90%를 상회할 정도였는데 이는 검찰이 무고한 피고자를 낳지 않는 반면 100여년에 걸친 관행 끝에 '일단 형사법정에 세울 정도면 유죄는 거의 확실하다'는 편견을 낳았다. 이것이 일본 특유의 '엘리트 관료주의'와 혼합되어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50년 동안 유죄판결이 뒤집힌 경우는 불과 7차례라는, 한편으로는 일본 검찰의 엘리트 의식에 대한 신뢰를,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 경찰 및 검찰이 오심이 저질렀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법관료주의로 이어졌다.

특히나 일본에서 논란이 되는 엔자이 사건들의 경우는 피고인의 범행을 입증할 증거는 없고 오히려 피고인이 무죄임을 입증하는 물적, 정황적 증거들이 차고 넘침에도 사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탓에 일본에서는 사형판결을 받고도 수십 년 넘게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엔자이 사건의 피고인들이 여럿 있다. 예를 들면 나바리 독포도주 사건의 오쿠니시 마사루의 경우는 2015년 현재 53년째 사형수로 복역 중이며 52년 동안 7번이나 재심을 청구했음에도 모두 기각당했다. 객관적으로 오쿠니시의 무혐의를 입증할 증거들이 차고 넘침에도 재판부는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있다.

물론 아무리 똥고집스런 일본 사법부라고 해도 재심에서 무죄를 판결하는 경우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에도 더 이상 유죄라고 주장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몰려서 무죄판결하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게다가 그런 케이스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니 말 다했다.

당연히 이런 막장스런 상황에서 엔자이 사건의 당사자들은 자신이 직접 수십 년에 걸쳐서 무죄를 호소해야 겨우 재심이 받아들여지거나 그마저도 묵살당하는 경우가 많다. 요시다 암굴왕 사건의 피해자인 요시다 이시마츠의 경우는 수십 년간 혼자서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겨우 일본 변호사 협회의 도움을 받아서 재심이 받아들여져 무죄판결을 받아낸 케이스다. 이런 정도가 아니고선 무죄를 입증할 수 없으니 실로 암담하기 짝이 없다.

3. 관련 사건

  • 카토로 사건 : 1915년에 무고한 살인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카토 신이치라는 사람이 모범수로 석방된 뒤 요시다 암굴왕 사건의 피해자인 요시다 이시마츠의 무죄판결을 보고 재심을 청구해 1977년에 무려 62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 나바리 독포도주 사건 : 53년째 무죄투쟁 중인 대표적인 엔자이 사건.
  • 아시카가 사건 : 어처구니 없는 수사와 재판으로 17년 동안 무고한 옥살이를 해야 했던 사건.
  • 요시다 암굴왕 사건 : 50년 동안 집념어린 노력 끝에 겨우 무죄판결을 받아낸 사건.
  • 일본 국철 3대 미스테리 사건마쓰카와 사건, 미타카 사건 : 마쓰카와 사건은 테러 혐의로 기소된 공산당원과 국철 노조원들이 무죄로 풀려났으나 미타카 사건의 경우는 '무고한 사람이 범인으로 몰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타카 사건의 타케우치는 결국 사형수로 복역하다가 감옥에서 사망했다.(...)
  • 제국은행 사건 : 범인으로 검거된 화가 히라사와 사다미치의 범행여부가 의심될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끝내 재심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수십 년간 사형수로 복역하다가 역시 감옥에서 사망했다. 참고로 일본은 사형 확정자의 사형집행이 생각보다 빠른 곳이어서 확정 이후 수감이 지나치게 장기간이라고 하면 옴진리교 등 일부 빼곤 엔자이 논란이 있는 수감자로 봐도 무방하다.
  • 동경전력 OL사건 : 도쿄전력에서 일하던 엘리트 여사원(Office Lady)이 밤에는 성매매를 하고 다니다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네팔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지목되어 유리한 증거가 있는데도 무리한 법리적용을 통해 유죄판결이 내려졌으나 DNA 검사를 통해 재심에서 무죄를 받아낸 경우.
  • 하카마다 사건 : 1960년대 초 세계 페더급 6위까지 올랐던 하카마다 이와오는 1966년 6월 시즈오카 현 시미즈 시에서 자신이 일하던 된장제조회사 전무 일가족 4명을 살해하고 방화한 혐의로 기소돼 1968년 사형 판결을 받았으며, 이후 1980년에 사형 확정 판정을 받게 된다. 이후 하카마다는 '내가 자백했던 것은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며 자백조서를 증거물로 제시했지만 채택되지 않았고 되려 혈흔이 묻은 옷 5벌이 채택되어 사형 구형을 받게 되었다. 문제는 의류가 그의 몸에 맞지 않았고 사건이 일어난지 9개월이 지나서야 발견된데다 결정적으로 의류에 묻은 DNA와 하카마다의 DNA가 불일치했다. 이후 이 불일치한 DNA 검사 결과로 재심을 청구하게 된다. 2008년에 누나인 히데코씨의 2차 재심청구 소송과정에서 이것이 채택되어 2014년 3월 27일 재심판정이 나오게 되었다. 48년만에 완전 석방이 될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듯. 안타깝게도 오랜 사형수 생활 때문인지 심신미약치매로 의심되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 미타카 버스 사건 : 여고생의 어리버리한 진술, 이를 취업에 써먹으려 한 취업준비생, 그리고 이 사건을 덮으려 한 버스 기사와, 확실하게 증거를 조작한 경찰이 억울한 중학교 교사를 어떻게 천하의 개쌍놈으로 만드는지를 보여준 사건. 다만 일본 변호사협회가 사활을 걸고 스타급 변호사를 총출동시켜 고등법원에서 무죄로 마무리된 것이 위 사건과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4. 관련 작품

  • 13계단
  • 그래도 내가 하지 않았어
  • 원격수사 ~진실로의 23일간~ : PSP로 발매된 게임. 엔자이를 다루고 있으며, 23일 안에 주인공이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게임이다. 물론 주인공은 구치소에 갇혀있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나가서 무죄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모을 수 없고 때문에 옛 애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증거를 모은다.
  • 역전재판 시리즈 : 서심법정 참조.
  • 아오이 소라의 플레이 엔젤스 : 1편의 의뢰인이 치한 혐의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힌 가장이다.
  • 리갈 하이 : 시즌2의 메인 스토리인 '사형수 안도 키와' 사건에서도 일본 사법계의 엔자이가 조금은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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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한국의 경우도 동일한데, 그 결과 일반 형사사건의 최종 무죄율은 2013년 기준 3.3%에 불과하다. 이는 검찰이 수사해 보고 유죄가 안 나오겠다 싶으면 아예 기소를 하지 않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