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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개척시대

last modified: 2015-06-03 04:10:44 Contributors

The Wild West, Old West

남북전쟁과 함께 미국 역사상 최대의 이야깃거리 중 하나. 19세기 말, 그중에서도 1860년~1890년을 흔히 서부개척시대라 정의한다. 미국의 건국시대. 압도적인 미국의 영향력때문에 주로 대중문화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시대다.

초기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이주해온 이주민들은 동부 해안에 상륙했기 때문에 미국은 동부를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현재도 보스턴 이나 뉴욕 등 미국의 전통적인 대도시들은 동부에 집중되어 있다. 동부 해안의 극히 일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땅은 전부 아메리카 원주민의 영역이거나, 멕시코의 영토, 프랑스의 식민지 등이었다.

영국 식민지인들은 눈 앞에 있는 땅을 서서히 이른바 개척이라는 명목으로 점차 장악하면서 땅주인인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대립했다. 영국 정부는 불필요한 대립을 막고, 아메리카 원주민들과의 우호관계를 고려하여 이를 저지하고 있었다. 신대륙 개척시대 때 유럽인들이 전부 하나같이 피와 황금에 미쳐서 살육질을 하고 다녔을 것이란 것도 엄연한 편견이다. 아즈텍 제국을 멸망시킨 것으로 유명한 코르테스도 그 행위로 본국에서 까였다. 이 사람 까는 그 당대의 신문 사설이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도 실려있다. 하지만 식민지인들은 정부의 규제를 어기고 무단으로 야금야금 개척을 하고 있었고, 미국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이후에는 거리낄 것 없이 자유롭게 서쪽으로 개척을 나간다. 그러니까 강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폴레옹이 미국에 루이지애나 식민지를 팔아버림으로서 동부 식민지 확대의 장애물이던 프랑스 영토가 사라지고, 중부와 서부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미국인들은 영국에게서 독립을 하려면 국가를 발전시켜야 하고, 국가를 발전시키려면 인구가 많아야 하고, 인구가 많으려면 땅덩이가 넓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만만한 원주민 땅을 빼앗기로 했고, 이 시대를 서부개척시대라고 부른다.

이때, 미국 정부는 이민자들에게 저렴하게 서부의 땅을 나눠주는 한편 유럽 일대에 일명 아메리칸 드림 떡밥을 풀기 시작하면서 많은 백인들을 미국으로 이주하게 만들어서 서부를 "식민화"하기 시작한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을 두고 멕시코와 충돌이 벌어지는데 결국 전쟁을 벌여서 승리하여 멕시코를 몰아내고 텍사스 공화국, 캘리포니아 공화국을 독립시킨 다음 연방으로 가입시켜서 서부지역의 영토를 확장했다.

서부에서 많은 금광이 발견되면서 골드 러시 시대로 돌입. 수많은 동부인들이 금을 찾아서 서부로 이주를 하기 하면서 서부개척시대는 전성기에 이르게 된다.

서부는 동부와는 달리, 농사를 지을만한 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물론, 서부 해안은 예외) 가축을 방목하여 기르는 목장이 많이 세워졌는데, 이 때 목장에서 가축을 돌보던 사람들을 카우보이라고 불렀다. 실상 동부의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서부에서는 그야말로 힘센 놈이 짱먹는 약육강식의 무법지대였기 때문에 수많은 무법자와 도적들이 활개쳤고, 또한 서부개척으로 인해 영토를 빼앗긴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백인들을 공격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나는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저렴한 땅과 금이라는 두가지 거대한 떡밥 덕분에 그 위험을 무릅쓰고 서부개척을 하기 위해서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마디로 카우보이, 무법자, '인디언', 황금 등으로 정리되는 시대. 영화, 게임, 만화 등 미디어에서는 서부극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하는 시대이다. 본국에서는 아직도 '개척자(프론티어) 정신'을 미국을 대표하는 단어로 삼다시피하며, 이를 벤치마킹해 간 이탈리아에서는 서부를 본뜬 영화를 너무 우려먹다 보니 스파게티 웨스턴이라는 별칭도 얻었다.[1] 한때 한국에서도 만주 웨스턴이라는 분야로 이 대열에 합류했다. 심지어 옛날 태국 영화에도 웨스턴물이 있고, 최근에는 이런 고전적 분위기를 살린 영화 중 하나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다만, 각종 매체에서 묘사되는 것같이 완전 범죄자들이 휩쓸고 다니던 무법천지는 아니었다고 한다. 서부로 진출한 백인들 중에서는 이미 남북전쟁을 겪은 베테랑들도 다수였고 그 참혹한 전쟁을 겪은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손놓고 다니지는 않았다. 서부영화 등에선 무법자들이 말을 타고 총을 휘두르며 나타나면 개척 마을 주민들이 숨거나 굽신거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실제로는 개척민들 역시 엽총이나 권총을 들고 나와서 완강하게 저항하면서 맞서 싸웠고, 그래서 주민에 의해 사살당한 무법자도 제법 많았다.

그리고 특정 범죄자가 너무 설치면 미국연방보안관(United States Marshals Service)이라고 쓰고 인간백정이라고 읽는 국가 공인 살인전문가들이 들러 붙었다. 미 법무성에서 임명, 파견하는 보안관인데 현대의 FBI 같은 지성적인 경찰이 아니라, 전장의 살인에 이골이 난 군인 출신들이었다. 주로 북군 출신들로 구성됐으며, 고성능 소총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무법자들을 사냥하듯이 쫓아다녔다. 참고로 이 무법자들 역시 상당수는 남북전쟁 당시 연맹군(남부) 소속의 민병대나 의용군 출신이었으므로, 이들 입장에서는 그냥 '전쟁이 아직 안 끝난 것'이었다. 당시 유명했던 무장강도단 두목 제시 제임스의 경우도 이 경우에 속했다.

물론, 백인들에게는 "개척시대"였을지라도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겐 이 시대 역시 뼈아픈 침략과 양민학살, 강제이주로 점쳐진 비극의 시대였다. <식민자 식민주의:이론 개관(Settler Colonialism: A Theoretical Overview)>이란 책에선 서부개척시대라는 역사관 자체를 식민자 식민주의를 정당화하고 원주민을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교묘한 신화 만들기로 설명한다.

더불어 19세기 말 존슨 카운티 전쟁이라는 미국사에서 더러운 내전(!)까지 일어났는데, 개척지를 엄청 차지한 선이주민들이 후발 개척자들을 협박 및 강압적으로 내쫓으면서 이들과 갈등으로 용병 및 온갖 갱조직까지 고용하면서 기병대까지 참전한 정말 상당한 내전이다. 이 와중에 미국 유력 언론들이나 정치권은 당연히 강자인 부유층 선이주민들을 편들면서 폭동이라고 규정하여 재산을 지키고자 총을 든 이들을 학살 및 체포하면서 미국사에서 수치러운 역사(백인들끼리 벌였던 일이니)로 남아있다. 이 사건에 대하여 가장 잘 다룬 작품이 바로 저주받은 걸작 천국의 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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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아이러니하게도 스파게티 웨스턴 작품들 대부분은 실제 서부개척시대에 가장 가까운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