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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변소설

last modified: 2013-07-31 19:16:32 Contributors

Speculative fiction

고전적인 가정을 문제로 제시하고 그 문제를 푸는 시도를 담는 소설의 한 갈래이다. 현대엔 비현실적인 것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소설들을 가리키며, 장르문학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과학소설과 판타지 소설, 그리고 호러 소설이 다른 점은 과학 소설의 그것이 자연과학을 소재로 했다면 판타지 소설은 마법이나 공상을 소재로 했고 호러 소설은 괴물, 살인마를 주로 다룬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소재들이 확실히 갈리는 것은 아니다. 속한 장르의 작가들이 판타지, SF, 호러 물을 가리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고 세 장르의 독자층 역시 상당히 중첩된다. 뉴웨이브 SF가 등장한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되어 팬덤들 사이에 사변 소설(speculative fiction, SF)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소재적으로 SF, 판타지, 호러 소설들을 가르는 것은 뻘짓에 가까웠고, 세 장르 모두 확실하게 비현실적, 비경험적인 초자연(supernatural)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각 장르 팬덤들이 사변소설이라는 단어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단어는 사이언스 픽션 진영에서 튀어나왔는데 speculative fiction을 줄여쓰면 SF가 되므로 판타지나 호러 장르로 좀 더 경도된 입장에서는 과학소설, sci-fi 진영의 틀안에 통합하려는 시도로 보였다. 또한 과학 소설 팬덤 내부에서도 메인스트림 노벨에 대한 컴플렉스가 너무 강한 단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한동안 쓰이지 않다가 장르 간의 크로스 오버가 더욱 진행되어 가면서 그나마 쓸만한 포괄적인 정의라는 합의 위에 중립적인 위치를 얻었다. 현재 사변소설은 과학 소설(SF), 판타지소설, 무협소설, 호러 소설, 대체역사소설, 슈퍼히어로 픽션물, 메인스트림 소설들 중 이른바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일컫어지는 소설들을 두루 칭하는 단어로 쓰인다.

이런 비현실적, 비경험적 소재를 다루는 소설들은 필연적으로 '사고 실험'인 사변(speculative)에 집중하게 된다. 'what if'가 그것으로 다른 리얼리즘 소설과는 다르게 초현실(supernatural)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소설의 주된 테마가 된다. 이는 현대로 오면서 인문학의 큰 화두로 떠오른 '타자성'에 대해 제대로 탐구하는 소설들에 대해 효과적인 자리를 마련해 준다. 근대로 오면서 형성된 주체/타자의 위계적 이분법에 억압받던 아프리카 원주민, 아메리카 네이티브, 오리엔탈과 같은 야만인, 인간 외적인 외계인, 복제인간, 유전공학 괴물, 살아 돌아오는 시체, 우리 안의 살인마 같은 타자들을 폭발적으로 분출시켜 무대 앞으로 올려보내는 것이다. 즉, 사변소설이란 초현실(supernatural)에 대한 매혹과 금기와 숭고와 혐오스러움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