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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last modified: 2015-04-05 22:25:36 Contributors

박지성주의가 아니다!!

Anti-intellectualism

反知性主義

"진정한 천재가 이 세상에 태어났음은 바보들이 단결해서 그와 맞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Contents

1. 설명
2. 사례
3. 같이 보기


1. 설명

학문, 지식, 이성, 지식인 등에 대한 적대감과 불신을 나타내는 사상이다. 지적 허영을 의미하는 스노비즘과는 정반대의 극단적인 사상. 극과 극은 통한다.

반지성주의자들은 기존의 지식인들이 다수의 대중과 격리된 엘리트에 지나지 않으며 권력과 여론 등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이러한 지식인들과 대립하며 대중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옹호자라고 주장한다.

전체주의-파시즘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체주의는 극단적인 공동체 우선을 강조하고 포퓰리즘에 의존하므로, 학문에 기반한 소수의 비판을 억누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치 독일이나 소련의 경우도 그렇거니와 중국홍위병이나 캄보디아폴 포트를 비롯한 여러 일당독재 정권이 기존의 지식인들을 탄압, 학살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북한판 문화혁명이라 불리는 도서정리사업도 여기에 포함할 수 있다.

이하의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사상적인 이유에서 지식인 계층을 배격하는 것보다 그저 단순히 지식인 계층이 권력유지에 장애물이 되거나, 끊임없이 태클이 들어오는 불편한 집단이라서 그들을 적대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하술될 소위 민중의학 같은 경우가 오히려 좀 더 클래식한 범주에서의 반지성주의라고 할 수 있을지도.

2. 사례

진시황이 후생(侯生)과 노생(虜生)을 비롯하여 자신을 비판하는 학자들을 파묻어 버렸던 분서갱유도 넓게 보자면 반지성주의의 일종. 반지성주의의 엑기스는 2천년이 넘게 지난 뒤 문화대혁명을 통해 아주 제대로 구현되어서, 중국 전체의 지성과 사상과 의식과 미래를 이끌어 갈 동량이 사라지거나 크게 후퇴했다.

서구 중세가 반지성주의에 찌들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사실상 편견 및 고정관념이다. 플랫 에러 같은 경우처럼 이런 류의 주장에는 오히려 사실과는 정반대인 거짓 주장들이 적지 않다. 중세의 시대상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세 항목을 참고할 것.

나치스 정권이 체제에 비판적인 지식인들을 "유대인", "나약한 엘리트" 로 규정하고 정치적 탄압을 가한 것은 훌륭한 반지성주의의 사례. 《나의 투쟁》에서도 반지성주의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고.

캄보디아 폴 포트크메르 루쥬는 반지성주의의 가장 대표적 사례인데, 예를 들어 국민들에게 무슨 대답을 할 때 1초 이상 대답이 늦어지면 붙잡아서 고문을 한다든지[1](…) 안경 쓴 사람이나 양복이 있는 사람은 다 죽이라든지, 어떤 사람을 길에서 영어로 "hey" 라고 불러서 뒤돌아보면 먹물 먹었다는 뜻이니 역시 잡아 죽인다든지... 그야말로 반지성주의의 알파에서 오메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한국사회에서는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디워를 둘러싼 논쟁이 반지성주의의 본격화 신호로 읽혀진다. 이때 한국의 지성계는 대중의 예상치 못한 반발에 큰 충격을 느꼈다.

북한 역시 반지성주의와 굉장히 밀접하긴 한데, 일단 "우리식 문화, 우리식 기술, 우리식 과학"(…) 같은 걸 강조하면서 자기들끼리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내고, 문제는 그게 핵폭탄이란 거지만 적어도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따르면 지식인들은 상위 신분은 아니더라도 기본 신분쯤은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과학적 사실이 A를 가리키고 있어도 아기돼지 꿀꿀이가 B가 사실이라고 말하면 꼼짝없이 B라고 발표해야 하는 곳이라...[2] 결국 얘네도 정상적인 의미에서의 지적 성실성은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한심한 수준. [3]

그 외에 이슬람 국가 역시 반지성주의의 떠오르는 샛별. 그딴걸로 샛별이 되려고 하지 마! 모술 지역을 점령한 후 "무신론과 부도덕한 서적들을 불태우겠다" 고 공언하며 공공 도서관에서 6,000여 권의 과학, 기술, 철학, 역사, 종교 관련 서적들을 싹 불태워 버렸다.(…) 실제 지식인들에 대한 혐오는 공적으로 잘 언급되지 않았으나, 서방의 이슬람 적대사상에 찌들었다는 식으로 혐오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런데 이들은 그들이 그렇게나 혐오해야 마땅할 과학기술의 총아인 트위터로 열심히 선전선동을 일삼고 있다.(…)

간혹 포스트모더니즘이 반지성주의의 요소가 존재한다는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지적 상대주의나 해체주의를 문제삼는 듯. 그런데 정작 포스트모더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스노비즘에 가까운 생각이나 행동을 보여 주는 경우가 많다(…).

종교는 어떨까? 위의 이슬람 국가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적어도 종파를 막론하고 극단주의적인 종교인들이 반지성주의적인 면모를 보이는 것은 흔해 보인다. 미국이나 한국의 개신교 역시 이런 문제가 종종 제기되어 왔다. 특히 신비주의 계통이나 복음주의 계통에서 유난히 반지성주의적인 측면이 심하다. 또 어떤 이들은 덮어놓고 무조건 "믿을 것" 만을 강요하고 의심을 거부하는 측면이 반지성주의와 상통한다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창조과학회 같은 단체들이 교회에게 환영받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들은 지식인들을 거부한다기보다는 단순히 열폭하고 있는 것인지도?[4]

현대 개신교가 반지성주의로 타락했다고 분석하는, 한번쯤 읽어볼 만한 웹 포스트. #

개신교 종파들의 종교적 반지성주의와 연관하여 전체주의 체제가 아닌 고도 자본주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반지성주의가 팽배한 경우는 현대 미국을 예로 들수 있다. 당장 위의 창조론, 성서무오설 등에 기반한 자연과학적 지식의 배척이 기독교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북미에서 시작하여 미국 내에서도 주로 남부와 중부에 기반을 둔 과격파 남부침례교, 감리교, 순절 교파 등의 복음주의 교회들이란 사실만 봐도 개척 시대부터 소위 말하는 '먹물'들 보다 주로 육체적으로 쓸모 있거나 장사 수완이 좋은 '현실적인' 사람들을 숭상하는 경향이 강했던 미국 남부와 중부의 역사적 문화적 성향이 짙은 현상임을 볼 수 있다. 비단 종교적인 면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차원에서도 미국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주인 플로리다의 주지사란 양반이 주립 대학의 교육 과정에 대한 질답 중 공개 석상에서 대놓고 "플로리다인류학자들은 필요 없다"라고 말하는 등 주로 돈 안되고 말만 많아지며 이념적으로는 좌빨(…) 소굴인 분야로 인식하는 순수 인문학, 이론 중심적 사회과학 등에 대한 천대가 유독 심한 편이다. # 강대국의 자국 중심주의적 사고와 결합하여 이런 대중적 반지성주의는 인터넷, 티비, 신문, 양질의 언론, 출판사 등의 없는게 없는 선진국 시민치고 미국인들이 기본적인 지리, 문화적 상식이 형편 없이 부족한 경우가 종종 생기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런 자국민들의 무식함과 지식에 대한 홀대를 실컷 자학하는 영화로 2006년에 제작된 《Idiocracy》란 코미디 작품도 있다. 이런 뉴스기사도 있다.

가톨릭의 경우는 반지성주의와 엮이는 경우가 훨씬 덜한데, 실제로 요한 바오로 2세"신앙과 이성"(Fides et Ratio)이라는 제목으로 유화적인 회칙을 천명했던 적도 있고, 신앙과 이성이 양립 가능하며 실제로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애초에 교황청에는 과학한림원(Pontifical Academy of Sciences)도 딸려 있다!(…)

기독교 전반으로 보자면 르툴리아누스(터툴리안)의 저 유명한 "그것이 이상하기에(즉 말이 되지 않기에) 믿는다", 즉 Credo quia absurdum 발언, 그리고 마르틴 루터의 유명한 "신앙을 위해서는 이성의 눈을 뽑아 버려야 한다" 발언 이래로 많은 신학자들과 철학자들이 이러한 신앙주의(fideism)의 흐름에 대해 옹호하기도 하고 거부하기도 하면서 신앙을 이성보다 우위에 두는 경향이 일정 지분을 꾸준히 점유하는 형태로 나타나 왔다. 흔히 근본주의로 불리는 분파에서는 더 나아가 정말로 이성을 신앙의 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자주 나타나지만, 이런 류의 떡밥에서의 명실상부한 터줏대감인 가톨릭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유주의신정통주의 신학을 비롯하여 국내에는 아직 듣보잡 취급받는 유니테리언에 이르기까지, 신앙을 강조하기 위해 이성에 반대하는 경향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꾸준히 있어 왔다. 결국 종교와 이성이 적대 관계냐 하는 문제는 그리 쉽게 단언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2009년 9월경에 《FTA를 대비한 전통 민중의술 활용을 위한 입법 정책 방안》이라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소위 민중의학이라는 개념이 나타나서 논란이 되었다. 해당 문건은 "입법정책연구회" 라는 사단법인에서 국가 예산을 들여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서 국회의원들에게 전달된 적이 있는 보고서라고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유사과학 + 오컬트 + 신비주의의 결정체라고 해도 될 수준이다.[5] 당장 현대의학계의 반응은 둘째치더라도 한의사에게도 황당하다 못해 실소가 나올 지경이라며 대차게 까였다. #[6] 그 내용 중에는 "의료행위는 면허가 있는 일부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민중 모두의 소유이며, 이제는 의술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때이다" 같은 요지의 표현들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아주 빼도박도 못하고 완벽하게 반지성주의의 사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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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즉 건전한 의심이나 회의를 아예 생략하고 윗사람의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맹종하라는 뜻이다. 짤없이 반지성주의.
  • [2] 북한의 논문은 "김일성/김정일 수령님께서 일찍이 이렇게 교시하시었다..." 로 시작해서 "따라서 김일성/김정일 수령님께서 교시하신 바가 옳음이 증명되었다..." 로 끝난다고.(…)
  • [3] 1980년대 운동권에서 주체사상이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이에 동의하지 않는 학생운동가들이 가장 혹독하게 비판한 게 주체사상이 사실상 반지성주의라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을 종합한 게 진경, 조국, 진중권 등이 공동집필한 《주체사상비판》이다.
  • [4] 사실 뭐 박사학위를 땄다고 교적에서 파인다거나(…)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례는 없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소위 신학적 자유주의에의 경도를 걱정하는 수준. 적지 않은 개신교인 지식인들이 한국 개신교의 근본주의적 태도를 문제삼는 것이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 [5] 무슨 삿된 기운이니 깨달음의 경지니 영혼 치료니 우주초염력이니 자연요법이니 하는 단어들이 목차에서부터 당당하게 난무하고 있다. 가만보면 비과학적인 내용들도 문제지만 뜸이나 부항 같은 기존의 대체의학 범주의 주제에서까지 아주 충실하게(?) 십중팔구 뻘소리만 늘어놓는다. 여기에다 전문용어의 자의적 정의는 덤.
  • [6] 해당 시리즈물의 전체 내용을 보려면 이 사이트의 칼럼란으로 가면 된다. 블로그에는 일부만 업로드되어 있다.